영화 <승부>가 개봉하면서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제 스토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바둑계의 전설적인 스승과 제자, 그리고 그들이 펼친 수많은 명승부들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여기, 두 사람의 관계에서 탄생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5가지를 소개한다.
1. 조훈현, 이창호를 처음 본 순간 ‘이 아이는 내 제자가 될 운명이다’
조훈현 9단이 처음 이창호를 본 것은 이창호가 겨우 8살 때였다. 당시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이창호를 본 조훈현은 "이 아이는 남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이창호는 한 수를 둘 때마다 고민하는 시간이 또래보다 훨씬 길었다. 하지만 돌을 놓을 때마다 매우 정확한 수를 두었고, 상대의 실수를 절대 놓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본 조훈현은 곧바로 그의 부모를 설득해 이창호를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이후 이창호는 어린 나이에 조훈현의 집에 들어와 함께 생활하며 본격적인 바둑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먹고 자며 수련하는 모습"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2. 사제 대결의 첫 패배, 조훈현이 바둑판을 뒤엎었다?
영화 <승부>의 주요 장면 중 하나인 첫 번째 사제 대결은 실제로도 한국 바둑 역사에서 전설적인 순간이다. 1992년, 조훈현과 이창호는 동양증권배 결승에서 처음으로 맞붙었고, 예상과 다르게 이창호가 승리하며 바둑계의 세대교체를 알렸다.
이 경기 후 조훈현은 크게 좌절했다. 바둑이 끝난 직후, 그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바둑판을 바라보았고, 심지어 바둑판을 뒤엎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물론 실제로 바둑판을 엎지는 않았지만, 조훈현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바둑을 사랑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바둑이 너무 싫었다."
패배 후 조훈현은 심기일전하여 다시 훈련에 돌입했고, 이후 몇 년간 이창호와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3. 조훈현의 독설, "넌 영원히 날 이길 수 없다!"
이창호가 스승인 조훈현을 꺾고 승리하기 시작하자, 두 사람의 관계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조훈현은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바둑을 잘 두지만, 승부의 기세를 모른다. 넌 평생 나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이창호는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스승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실 거예요."
이 대화 이후, 조훈현은 자신이 말한 것이 자극제가 되어 결국 이창호가 바둑계를 완전히 지배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실제로 몇 년 뒤, 이창호는 세계 바둑계를 장악하며 '바둑의 황제'가 되었다.
4. 이창호의 복수전, '스승님, 저도 성장했습니다'
조훈현이 첫 패배의 충격을 딛고 다시 이창호를 이긴 적도 있다. 하지만 이후 열린 제3회 삼성화재배 결승전(1998년) 에서 이창호는 다시 스승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국이 끝난 후, 이창호는 조용히 조훈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승님, 저도 이제 많이 성장했죠?"
조훈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경기 후 조용히 술을 마시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그 순간부터 '이창호의 시대가 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5. 조훈현과 이창호, 다시 같은 편이 되다
사제 대결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며 다시 같은 편이 되었다. 2005년, 국가대표 바둑팀이 세계 대회에 출전했을 때, 조훈현과 이창호는 한 팀으로 출전했다.
당시 기자가 조훈현에게 물었다.
"오랜만에 같은 편이 되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러자 조훈현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는 이창호가 나를 이끌어주는 입장이 된 것 같아. 든든하지."
두 사람은 경기에서 각각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한국 바둑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과거에는 서로를 이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승과 제자로서 다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 것이다.
결론: 바둑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사제 관계
조훈현과 이창호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를 넘어, 바둑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관계를 보여준 인물들이다.
- 어린 천재를 알아본 스승 조훈현
- 패배 후 충격을 받았던 순간
- 독설과 도전 속에서 서로를 자극했던 과정
- 결국, 서로를 인정하고 다시 같은 길을 걷게 된 두 사람
이들의 이야기는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의 전설적인 사제 관계가 영화 <승부>를 통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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